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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인 금요일부터 이미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거리의 움직임이 다르다.

어린아이처럼 설레어 밤을 지새우며 25일을 기다렸다.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린 아들이 현관에 들어섰다.

내가 안아주겠다고 두 팔을 훌쩍 벌렸더니 나에게 안기긴 커녕

오히려 나를 덥석 안아준다.

10kg 이상 빠진 아들의 등을 어루만지며 그리워했던 아들을 맞이했다.

그런데 군복을 벗고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아들의 다리가 빨갛게 쓸려 있다.

“여기가 왜 그러니?”

“엄마 걱정 마세요. ‘네가 진짜 그리스도인이야!’라고 공인된 표에요.”

“뭐? 진짜 그리스도인 표?”

 

이번 유격 훈련을 받기 위해 일주일 동안 다른 곳으로 이동했어요.

그곳에서 샤워를 하고 나서 보니 제 트레이닝복이 없어졌어요.

윗옷은 번호와 이름이 적혀 있어서 그런지 없어졌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바지는 누군가 훔쳐 간 거예요.

누군가 옷을 잃어버리면 계속 다른 생도들의 옷을 훔치는 행위가 이어져요.

저도 다른 생도들처럼 옷을 훔쳐서 제 관물을 채워 놓을 것인가?

저는 그 일로 기도해 보았어요.

주님은 당연히 훔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해주셨지요.

그래서 저는 일주일 동안 땀으로 젖어 있는 군복 바지 하나만을 입고 견뎠어요.

 

트레이닝복을 입으면 운동화를 신어도 되지만

군복 바지를 입으면 항상 군화를 갖추어 신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다른 생도의 트레이닝복을 훔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었지요.

훈련생 전원이 제가 그리스도인인 줄 알고 있는데 주님의 말씀대로 살아야 하잖아요.

첫날은 다른 생도들이 저에게 와서 “너도 옷 하나 훔쳐! 군대에 선 그것이 법이야.

일주일을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지 못하고 군복만 입고 지내면 네 살갗이 다 상처날거야.

군대에선 훔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바보야!“라고 저에게 훔칠 것을 종용했지요.

 

그러나 어머니!

제가 훔치면 옷을 잃어버린 다른 생도가 또 훔칠 것이고,

훔치는 행위가 계속될 것이 아니겠어요?

부정하고 더러운 행위를 모든 생도들이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고

그 행위가 정당하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 더 무서운 일이라

그 행위가 계속되는 것을 어찌 하든지 제 선에서 막아야 하잖아요.

처음 2~3일은 저를 조롱하고 손가락질하는 훈련병들이 많았어요.

그들의 야유하는 소리와 눈길을 따갑게 받았지요.

그러나 하나님의 법은 정결하고 완전하지요.

일주일 내내 땀에 찌든 뻣뻣한 군복바지 하나로 지내는 나에게

생도들이 다가와 뭐라고 말한 줄 아세요?

“네가 진짜 그리스도인이야! 네가 진짜 하나님 믿는 사람이야!

우리들은 과연 네가 어떻게 할 것인지 일주일 내내 지켜보았어!

너를 존경하고 네가 믿는 하나님을 존경해!“라고 하더군요.

 

어머니!

저는 500명이 넘는 그 생도들이 제 앞에서 숙연해지는 얼굴을 보았어요.

그들 중에는 저의 상처를 받으라고 연고를 가지고 오는 사람이 있었고

부대에 도착하자마자 트레이닝복을 사다준 생도도 있었어요.

2000명이 넘는 생도들이 저에게 붙여준 별명이 “너는 진짜 그리스도인!”이에요.

 

나는 일주일 동안 군복바지 하나로 지내느라 살갗이 다 짓무른 아들의 다리 때문에 눈물이 났고,

지킬 수 없는 중에 주님이 말씀대로 살고자 했던 아들의 신앙이 자랑스러워 눈물이 났다.

아들의 다리에 연고를 발라주면서 말했다.

“너는 진짜 그리스도인이야! 잘했다! 내 아들!”

그때 남편과 눈이 마주쳤는데, 아니 남편도 나처럼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유정옥 사모님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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